김애란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리뷰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김애란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서론
인생은 우리가 간직한 비밀과, 서로에게 하는 이야기로 정의됩니다. 특히 우정과 정체성이 채 완성되지 않은 시절에는 더욱 그렇죠. 김애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이런 미묘한 시기를 정교하게 포착하며, 단순한 성장드라마를 넘어 진실, 죄책감, 인간 관계의 복잡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줄거리 요약: 거짓말 위에 쌓인 우정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중심에는 고등학생 지우, 소리, 채운—세 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담임교사가 전학생을 소개하면서 “다섯 문장 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을 제시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소한 자기소개를 통해 인물들은 서로의 숨겨진 진실에 다가가게 되고, 그해 여름방학 동안 각자의 비밀과 아픔을 나누며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지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상심한 채, 어머니의 동거인과 살며 도마뱀을 키우고 있습니다. 웹툰을 그리며 감정을 인터넷에 익명으로 토로하죠. 소리는 손만 잡아도 상대의 죽음을 알게 되는 능력 때문에 사람을 피하며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합니다. 채운은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큰 사건을 겪었고, 엄마가 본인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가게 됩니다. 채운은 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여전히 두려워하며 그의 생사를 소리에게 묻고, 자신의 이야기인 듯한 지우가 올린 웹툰을 통해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 불안해합니다.
2개월 정도의 짧은 방학이 소설의 주요 시기이지만, 독자는 세 아이의 시각을 오가며 각각의 인물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배경과 내면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주요 테마와 감상: 성장과 이해의 재해석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소설에 머물지 않습니다. 김애란은 ‘성장’을 성취의 결과물이 아닌,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내면에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소설의 우정은 순수하거나 간단하지 않습니다. 각 인물은 고통과 비밀, 의혹 속에서 서로를 신뢰하며 진실을 드러낼 용기를 배웁니다.
“다섯 문장 중 하나는 거짓말”이라는 장치는 인간이 관계 안에서 진실과 거짓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김애란 특유의 절제된 문장과 반복되는 여운이 인물의 심리, 관계의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내줍니다.
감상 후기: 이 이야기가 남기는 것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사춘기의 불안, 트라우마, 상실을 정면으로 이야기하는 힘이 있습니다. 초자연적 요소(소리의 능력)마저 일상에 녹아들어, 공감과 슬픔을 상징적으로 체화시키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각자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면서 독자는 자신만의 성장과 변화를 되새기게 됩니다.
스토리의 완급 조절, 시점 전환 등은 인물마다 진실/거짓의 해석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타인의 아픔과 시선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성장이란 것이 꼭 위대한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론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비밀, 트라우마, 우정의 교차점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성장담입니다. 심리와 언어적 깊이에서 뛰어나며, 단순한 재미 이상의 해석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관계와 진실, 그리고 작은 거짓마저 삶의 의미로 재해석하도록 도와줍니다. 성장소설의 틀을 넘어서, 진정한 용기와 공감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